책장을 넘기다 손가락 끝이 살짝 베여 따가워서 밴드를 찾고 있는데 상대가 와서 "에이~ 뭘 그런걸 가지고 그래~ 엄살이 심하네~" 하는 경험을 해본 적이 있는가? "이거 짠 것 같은데?"라고 했을 때, "그래? 나는 좀 싱거운 것 같은데?"라는 대화를 해본 적이 있는가?
나는 어릴 때 내 이야기를 많이 하지 못하고 자랐다. 부모님이 A라는 말을 했을 때, 나는 생각이 다르다고 얘기를 하면 말대꾸를 한다고 혼이 났었다. 깜깜한 것을 무서워해서 밤에 겨우 자거나 우는 소리를 내었을 때 좋게 안 자고 운다고 혼이 났었다.
공감, 특히 어릴 때 아이가 느끼는 감정에 대한 공감은 매우 중요하다. 공감의 경험이 많은 아이는 사랑받고 자란 티가 많이 난다. 억지로 꾸며내지 않아도 표현과 행동, 말투와 생각에서 이미 보여진다. 이미 자신이 중심이 되어 사람들과 교류하며 사회를 살아 간다. 내면 치유 작업을 시작하면서 배우는 것은 '감정 허용'이다. 내가 느끼는 감정을 모두 허용하고 있는 그대로 '공감'하는 것을 배운다. 거슬러 거슬러 올라가면 결국엔 내 안에 억압된 작은 내면 아이를 만날 수 있는데 그 아이들은 모두 감정을 하나씩 안고 있다. 슬픔, 외로움, 분노, 기쁨, 웃음 등 다양하다.
상황이 어떻든 우는 것은 나쁜 것이라고 배웠다면 내면에 울고 있는 아이를 만나게 될 것이다. 신나서 방방 뛴 것 뿐인데 까불지 말라는 소리를 들었다면 신난 감정은 그대로 억압된 채 내면에 쌓인다. 내면에 억압된 아이를 보듬어 주기 위해서 현실엔 나를 불편하게 만드는 상황들이 계속 생겨난다.
오은영 박사님이 한 방송 프로그램에 나와 공감하는 방법에 대해 알려주셨다. 상대가 "이거 좀 맵지 않아?" 라고 했을 때, "나는 안 매운 것 같은데?"라고 받아치는 것은 의견 제시이다. 의견 제시는 회의 때나 하는 거라고 단정지어 주셨다. 나는 가족들과 대화를 할 때 이런 식으로 주고 받고를 많이 해왔는데, 우리 모두 잘못된 공감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에고는 나와 다른 상대의 생각이나 감정을 공격으로 받아들여 부정하려 한다. 그리고 끊임없이 나의 생각을 주장하며 상대를 바꾸려고 한다. 하지만 상대의 생각과 감정을 있는 그대로 보고 인정해야 한다. 내가 어떤 생각을 하고 감정을 느끼는 자유가 있듯 상대도 그런 자유를 가지고 있다. 그 자유를 뺏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물론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는 상대를 보면 답답할 때도 있다. 아무리 과학적으로 결론이 난 사항들이라고 해도 인정하지 않고 끝까지 본인들의 생각을 고집하는 것을 보면 절로 한숨이 나온다. 하지만 그 생각 또한 그들의 자유이고 그들의 몫이다. 그 생각을 인정하고 공감해주면 고집스럽게 엉켜있던 실 한쪽이 스르륵 풀려 나오기도 한다.
금쪽 같은 내 새끼에서도 오은영 박사님은 금쪽이들의 말에 먼저 공감을 하신다. 별다른 말 없이 "그랬구나~" 한 마디로 아이들의 마음을 녹이신다. 그리고 그 한마디는 내 내면에 억압된 내면아이에게 닿아 그 아이의 마음을 녹인다.
"좀 더운 것 같지 않아?"라는 말에 "그래? 지금 좀 더운 것 같아?" 라고 답할 수 있는 것. 쉬워 보이지만 공감 받고 자란 경험이 없는 이들에게는 많은 노력이 필요한 일이다. 이 대화법은 김상운 박사의 '리듬'이라는 책에도 쉽게 나와 있으니 도무지 어렵게만 느껴진다면 책을 읽어 보는 것을 추천한다.
주변을 보면 가끔 어떤 엄마는 애랑 걸어갈 때 아이의 보폭에 자기 걸음을 안 맞추는 엄마가 있어요. 자기는 빨리 가요.
근데 아이는 아무래도 엄마만큼 못 걷거든요. 그럼 가다가 넘어지거나 발이 꼬이거든요.
그럼 엄마가 "똑바로 걸어! 잘 따라오라고 했잖아"라고 얘기해요.
그럼 이 분은 "얘가 왜 자꾸 넘어지지?" 전혀 생각을 안 해본 거예요.
[책 리뷰] 엄마의 감정을 거울처럼 비추는 아이, 푸름아빠 거울육아
푸름아빠 거울육아는 내면아이 치유 때문에 구입해서 읽게 된 책이다. 내면아이를 달래기 위해서는 내가 부모의 입장이 되어야 하기 때문에 간접적으로라도 쉽게 이해하기 위해서 읽게 되었다.
mindful-pia.tistory.com
Love Myself, 스스로를 사랑하는 방법
'LOVE MYSELF'는 방탄소년단이 유니세프와 함께 시작한 캠페인으로, 진정한 사랑은 스스로를 사랑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는 믿음을 전하고 있다. 방탄소년단의 RM은 지난 2018년 UN 행사를 통해 한
mindful-pia.tistory.com
'에코라이프 > mindfulness' 카테고리의 다른 글
딸을 감정쓰레기통처럼 사용하는 엄마는 자기애성 인격장애인가요? (1) | 2022.09.14 |
---|---|
금쪽같은 내 새끼 | 아이에게 성적을 강요할 때 나타나는 일들 (지나친 완벽주의, 무기력증) (0) | 2021.10.24 |
체벌과 훈육, 학대의 경계 (0) | 2021.10.15 |
육아의 목적 (0) | 2021.10.12 |
Love Myself, 스스로를 사랑하는 방법 (0) | 2021.09.30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