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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라이프/mindfulness

금쪽같은 내 새끼 | 아이에게 성적을 강요할 때 나타나는 일들 (지나친 완벽주의, 무기력증)

by 비아(pia) 2021. 10. 24.

최근 방영한 금쪽같은 내 새끼가 굉장히 이슈가 됐다. 그만큼 공감하는 세대가 많았다는 뜻인 것 같다. 나 역시도 굉장히 놀랐다. 어릴 때 우리 집과 꽤나 닮아있었기 때문이다. 아직까지도 이런 가정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에 또 놀랐다.

 

두 아들과 엄마, 아빠 네 명으로 구성된 가족이었다. 엄마와 첫째 아들은 성적, 고등학교 진학 문제로 트러블이 있고 아빠와 첫째 아들은 소통이 단절되어 있었다. 막내아들은 애교가 많지만 핸드폰 게임 때문에 엄마와 트러블이 있고 종종 자해 행동을 한다.

 

 

Ep 1. 둘째의 공부를 도와주는 엄마

 

 

어릴 때 우리 가족들의 모습이 많이 떠올랐다. 나는 공부를 정말 싫어했다. 오빠가 공부를 곧잘 했기 때문에 내가 잘 해보았자 부모님의 기준치(=오빠의 성적)에 눈곱만큼도 미치지 못했다. 때문에 잘한 것을 칭찬받기보다 틀린 문제에 매를 맞곤 했다. 

 

둘째 아이의 공부를 봐주는 엄마의 모습이 나온다. 공부하기 싫다는 아이의 등짝을 때리며 오만상을 쓰고 공부를 한다며 화를 내는 모습이다. 아이의 입장에서는 억울하다. 그래도 싫은 공부를, 엄마와의 약속이니 하긴 하는데 등짝까지 맞았다. 문제는 잘 안 풀리니 답답하다. 그래서 아이도 화를 내고 그에 아빠는 그렇게 할 거면 이제 그만 하라며 으름장을 놓는다.

 

잘못했다고 말하는 아이에게 엄마의 단골 멘트, "그게 잘못했다는 태도야?"가 나왔다. 이건 나도 어릴 때 정말 많이 들은 말이다. 잘못한 게 없는 것 같은데 엄마가 화를 내니 일단 잘못했다고 했다. 내가 아무리 진심으로 사과를 해도 부모님 마음에 들지 않으면 아닌 것이 되어 있었다.

 

이 장면에 대한 오은영 박사님의 솔루션이 굉장히 인상 깊었다. 인간은 생각, 감정, 행동이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야 한다. 이 셋 중에서는 단 한 가지도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다. 

 

부모의 문제는 생각과 감정을 구별하지 못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둘째 아이는 머리로는 공부를 해야 한다는 것(생각)을 안다. 하지만 공부하기 싫은 마음(감정)이 들고 때문에 인상을 쓰고 공부를 하고 있는 것(행동)이다. 오은영 박사는 그럼에도 아이는 공부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짚어주셨다.

 

아이가 착하고 다소곳하고 모범적으로 순종적으로
꼭 방실방실 웃으면서 공부를 해야 하나요?

 

아이의 생각과 감정, 행동의 영역을 잘 구별할 수 있어야 하고 아이의 마음을 본인의 마음처럼 '통제'하려고 하면 안 된다는 결론을 내려주셨다. 마음의 주인은 그 사람의 것이니 아무리 부모라도 그 아이의 마음을 내 마음처럼 요구하거나 과도하게 통제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Ep 2. 첫째 아이에게 공부를 강요하는 엄마

 

피시방을 가겠다는 첫째 아이와 엄마 사이에 불이 붙었다. 시험 기간에 굳이 피시방을 가야 하냐는 엄마와 약속한 공부 시간을 지켰으니 스트레스를 풀고 오겠다는 아들의 대립이었다. 여기서 엄마가 하는 말들이 굉장히 익숙했다.

 

금쪽 : 미친 듯이 게임 하고 싶은 거 엄청 줄이고 있는데 원래 열 시간 (게임을) 했다면 한 시간으로 줄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거의 매일 가던 거 2주에 두 번 이 정도밖에 안 가요.
엄마 : 인생, 네 결정에 따라서 많이 달라지는 게 있다고 엄마가 얘기 했잖아.
금쪽 : (한숨 쉼)
엄마 : 굳이 가야겠다는 걸 엄마는 모르겠다.
금쪽 : (한숨 쉼)
엄마 : 그게 그렇게 한숨 쉴 일이야?
금쪽 : ...
엄마 : 한의원 가겠다면서 PC방 가고, 유도 가겠다면서 PC방 가고. 기본으로 (공부를) 3시간이라도 한 번 해봐. 그러고 나서 얘길 해.
금쪽 : 기본 공부 3시간은 해보라고요? 오늘 3시간 넘게 했는데요?
엄마 : 엄마가 지금 너하고 말장난하자는 거냐? 네 기본은 되게 작아! 특히 네가 해야 하는 것에 대해서는!
금쪽 : (한숨 쉼)
엄마 : 그동안 하지 않았던 게 있으니까 조금 더 원하는 건데 너 그거 안 해! '내가 이만큼 했는데 그것도 안 알아주세요?'라는 식으로 계속 얘기하는데 그게 꾸준하지도 않아.
금쪽 : 아니요. 조금 더 바란다고 엄마가 얘기해서 그걸 다 하고 나면 '그럼 이것만 더 하자. 이것만 더 하자.' 하면서 점점 늘렸어요.
엄마 : 조금만 더 하자는 게 넌 숨통이 막혀?
금쪽 : 조금만 더 하자, 조금만 더 하자 해놓고 아예 놀 시간도 없이 계속 시켰어요.
엄마 : 너 (평소에) 노는 시간은? 잠깐 머리 식히러 나간다고 서너 시간씩 나가잖아. 그런 건 생각 안 해?

 

물론 아이 진로 때문에 엄마가 예민한 것은 이해를 한다. 첫째가 믿어달라 열심히 하겠다 약속했는데 학교에서 종일 누워있거나 하는 모습을 보여 부모가 굉장히 실망했다고 한다. 인문계 고등학교는 가기 어려운 성적이라 부모가 굉장히 애타고 있는 상황이었다. 아빠가 첫째에게 마음을 닫은 이유도 자신의 말과 행동에 책임지지 않는 모습에 굉장히 실망했다고.

 

오은영 박사는 여기서 부모에게 아이를 키울 때 어떤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양육하는지를 물었다. 이에 엄마는 예의범절이라고 답했다. 나의 부모님도 예의범절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셔서 밥상머리 교육이 굉장히 엄했다. 실수로 나는 쩝쩝 소리에도 눈물이 쏙 빠질 만큼 혼이 나곤 했다(마치 청학동 같네).

 

예의범절은 당연히 필요한 부분이다. 그러나 예의범절을 너무 지나치게 중시하면 아이의 생각을 인정해주고 감정을 수용해주는 것을 놓칠 수 있다. 아이가 아주 공손한 태도로 잘못했다는 말을 하지 않는 이상 받아주지 않는다. 

 

순종적인 아이와 주도적인 아이 중 순종적인 아이로 자라길 바라는 부모는 아이가 "왜 그렇게 해야 해요?"라는 질문에 "토 달지 마. 그냥 말 들어."라는 식의 답변을 하게 된다. 자율적이고 주도적인 아이에 목표를 두는 부모는 아이의 질문에 "너는 그렇게 생각해? 왜 그렇게 생각해?"라고 답변을 한다. 아이의 생각을 인정해주는 것의 차이가 있는 것이다.

 

 

 

사람을 변화시키는 힘은 
나그네의 옷을 벗기는 것이 해님인가 바람인가 하는 것과 같다.
해님이라고 해서 오냐오냐 하라는 것이 아니라
(차가운 강요가 아닌) 따뜻한 마음이 전달될 때 상대는 절로 고개를 숙이게 된다.
아이에게 접근하는 방식이 조금만 변하면 된다.

 

가족 불통 체크 리스트
네 개 항목 중 두 가지 이상 해당되면 가족 간에 소통이 잘 안 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점검해봐야 한다.
□ 지시형으로 대화한다
ex) 나와. 씻어. 와서 밥 먹어.
□ 훈계형으로 대화한다
ex) 라떼는~, 너희한테 돈을 벌어오라고 하니 올백을 맞으라고 하니?
□ 단정형으로 대화한다
ex) 너는 공부가 하기 싫은 거야~ 이게 어떻게 공부하고 싶은 태도니? 말은 아니라고 해도 실은 하기 싫은 거야.
□ 취조형으로 대화한다.
ex) 너 오늘 공부 좀 했어? 얼마나 했어? 진짜 했어? 몇 시부터 몇 시까지 했는데? 근데 열심히 안 했잖아.

지시형/훈계형과 반대되는 대화법
□ 권유형 대화법
ex) 한 번 그렇게 해볼래? 그렇게 생각해볼까?
□ 의논형 대화법
ex) 해야 하는 건 너도 알지? 그래도 잘 안 되는 너 나름의 이유가 있는 것 같은데 그럼 어떻게 하면 좋아질까?

 

 

Ep 3. 엄마가 아이를 몰아세웠던 이유

이 가족에게 주어진 솔루션 중 1분 대화법이 있다. 상대에게 질문을 던지면 질문을 받은 사람은 1분 동안 답변을 해야 한다. 1분 동안 답변을 하는 동안 다른 사람이 말을 끊거나 끼어들어서는 안 된다.

 

몇 차례의 솔루션을 하면서 아이들의 표정도 밝아지고 아빠의 태도도 확실히 달라졌다. 그런데 솔루션 5일 차에 다시 문제가 생겼다. 공부하지 않는 첫째 아이에게 엄마는 화를 냈고 그날 저녁 1분 대화 시간에 첫째 아이는 또다시 입을 닫았다. 

 

엄마 : 네가 공부를 잘하고 못 하고를 떠나서 네가 무슨 생각인지가 정말 궁금해.
아빠 : 준비됐어? 시작한다. (1분 스톱워치 ON)
금쪽 : ...
엄마 : 몰라 나는 지금
아빠 : (엄마에게 기다리라는 액션을 취함)
엄마 : 무슨 말이라도 해.
금쪽 : 시험 점수 어떻게 나올지 모르겠고 (웅얼거림)
엄마 : 있잖아.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어.
금쪽 : 시험 점수 어떻게 나올지도 모르겠고 내가 뭐 잘한 것도 없고,
엄마 : 학교를 알아봤다고 그랬잖아? 그렇지?
아빠 :  그 얘기는 나중에 하면 안 될까?
엄마 : 네 감정이든 뭐가 되든 얘기를 해보라고! 1분이라는 지령이 떨어졌어.
금쪽 : 모르겠어요.
엄마 : 1분이라고 했어, 뭐가 되든. 시험을 앞두고 너의 태도 때문에 엄마가 화가 많이 났거든?
금쪽 : 죄송합니다.
엄마 : 그 소리를 듣고 싶은 게 아니야. (이하 생략, 넷플릭스에서 전체 영상 시청이 가능합니다)

 

상황은 이러했다. 엄마는 시험기간에 공부하지 않고 PC방에 가는 아이에게 속이 상했는데 집에 와서도 공부를 하지 않고 있으니까 화가 난 나머지 옆에 있던 물건을 집어던져버렸다. 학교에서는 진학 문제로 연락이 계속 오는데 아이는 전혀 아무 생각이 없어 보이고, 답답한 마음에 질문을 하면 입을 닫는 아이에게 화가 났다는 것이다.

 

일말의 변화라도 있었으면 했는데 1도 변화가 없어 답답했다는 엄마에게 오은영 박사가 일침을 놓았다. 금쪽 처방이 시작된 지 단 5일밖에 되지 않은 상황이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 말은 바뀌었는데, 엄마가 말하는 일말은 공부에 한정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어 오은영 박사는 엄마에게 아이 공부를 왜 시키느냐고 물었다. 엄마는 남편의 직업 특성상 한 곳에 정착해 일을 하지 못하니 자연스레 아이들에게 포커스가 맞춰져 있었고, 그러다 보니 아이들을 잘 키워 소위 말하는 엘리트 코스를 밟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더군다나 주변에는 초엘리트들 뿐이라 '내 자식이 이렇게 밖에 안 되나'하는 생각에 좌절감을 느꼈다고 한다. 

 

남들 하는 만큼, 보통만큼이라도 했으면 좋겠는데 그렇지 않은 아이에게 화가 났다는 것이다. 나 또한 진로 문제로 부모님과 갈등이 굉장히 많았는데, 항상 이렇게 말씀하셨다. 남들만큼만 해라. 하지만 그 기준도 지극히 주관적이다. 부모님에게 보통이란, 중상 보다도 상위급이 아닌가 싶었다.

 

음악이 하고 싶어 예술고에 진학하고 싶었던 나에게 공부나 하라며, 좋은 학교를 나오면 선택의 폭이 넓어져 네가 하고 싶은 건 뭐든 할 수 있다는 말을 주로 하셨다. 하지만 공부에는 전혀 흥미가 없었던 나는 진학해 평균 4~5등급의 성적표를 유지했다. 아무리 노력해도 머리에 안 들어오는 걸 어쩐담? 하지만 내가 밤새워 공부를 하던 안 하던 그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성적표에 찍힌 점수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화를 내셨고 한 번은 긴 머리카락을 모두 잘라 버리며 이럴 거면 학교도 가지 말라고 야단치셨다.

 

우리 엄마도 명예욕이 꽤 있는 듯 보인다. 금쪽 엄마가 저렇게 답변을 할 때 엄마가 이런 마음이었겠구나 생각했다. 성적이 뭐라고. 공부를 못 한다고 해서 인생이 바닥을 치는 것도 아닌데 우리는 왜 이렇게 자라야 하는지 마음이 아팠다.

 

오은영 박사는 아이가 동기와 의욕이 없는 것을 걱정해야지 성적이 떨어지는 것을 걱정할 건 아니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첫째 금쪽이의 발달 검사 결과를 알려주셨는데 나와 매우 닮아 있었다. 

 

 

지나친 완벽주의자가 되어버린 아이

첫째 금쪽이는 너무 조심스럽고 신중한 나머지 정확히 해낼 수 없다고 생각이 될 때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이 되었다. 게으르거나 불성실해서가 아니라 완벽주의, 제대로 못 해낼 것 같으면 시작도 하지 않게 된 것이다. 

 

첫째가 공부를 하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공부를 잘 해낼 것 같지 않은데, 공부하는 모습을 보이면 엄마가 되려 기대를 가질까 봐 애초에 그런 모습도 보이지 않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아이는 마음 편하게 공부를 놓는 것이 아니라 자기 좌절감을 느끼게 된다. 

 

성적에 연연하지 말고 아이의 관심사가 생겼을 때 그것을 지지해줘도 늦지 않다는 의견이었다. 정말 공감되는 말이다. 학교에서도 성적으로 아이를 판단하고 나 그래서 담임 선생님에게 차별을 굉장히 많이 받았다. 성적이 좋지 않으니 일단 색안경부터 끼고 보는 것이다. 그럴 때마다 나는 내가 정말 무능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남들 다 하는 공부도 못하는데 예고에 가서도 내가 하고 싶었던 것들을 잘할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을 굉장히 많이 했었던 것 같다. 이 정도 공부도 못하면 너는 아무것도 못한다는 어른들의 말에 세뇌된 것이다. 4년제 유아교육과 대신 전문대 광고과에 진학할 때 오빠에게 상담을 한 기억이 난다. "나는 오빠처럼 4년 내내 장학금 받으면서 공부할 자신이 없어"라며.

 

지금도 여전히 나는 쉽게 어떤 것을 시작하지 못한다. 머릿속에 오만 가지 아이디어들이 있는데 시작하기까지 최소 며칠간 시뮬레이션을 한다. 머릿속으로 그리고 그리다가 지치거나 완벽한 시뮬레이션으로 겨우 시작을 했는데 그 과정이 완벽해 보이지 않으면 또 멈추게 된다. 그렇게 나는 수만 번의 포기와 함께 무기력증을 겪었다.

 

그 이후 첫째 금쪽이와 관련한 솔루션 영상은 나오지 않았다. 단지 오은영 박사가 분명히 고치라고 단호하게 지적한 만큼 변화가 있었기를 바란다. 그렇게 자라온 결과, 굉장히 외롭고 힘들었고 사라지고 싶다는 생각도 종종 하곤 했다. 부모님을 탓하고 욕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런 일이 있었던 것들은 사실이기에, 이와 같은 양육 방식이 제발 사라지길 바라며 리뷰를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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