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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쓰는 재미/책방

[책 리뷰] 해방촌의 채식주의자

by 비아(pia) 2021. 9. 29.

민사고를 졸업하고 미국 다트머스대학교와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대학원에서 역사를 전공한 작가는 현재 밴드 보컬이 되었다. 이후 독립 책방 '풀무질'의 대표, 출판사 '두루미'의 발행인을 겸하며 자유로운 일생을 보내고 있다.

 

채식에 관한 내용만 있을 줄 알았는데, 작가가 자라온 환경과 그 속에 만연한 차별에 대한 얘기를 한다. 지역 차별, 계급 차별, 종 차별 등을 언급하고 설득력 있게 풀어나간다. 특히 남성성과 육식의 관계를 논하며 여성주의와 채식주의에 관해 언급을 하는 부분이 상당히 인상 깊었다.

 

작가는 페미니즘과 비거니즘이 같이 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나 역시도 이에 동의한다. 페미니즘과 비거니즘은 결국 차별과 억압으로의 '해방'을 공통으로 한다. 

 

책
해방촌의 채식주의자

 

"남자가 고기를 먹어야 힘을 쓰지."

저자가 김밥집에서 김밥을 포장하며 햄, 계란을 빼고 야채만 넣어 김밥을 주문했을 때 들은 말이었다. 저자는 육식과 남성성을 결부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남자들이 고기를 쉽게 끊지 못하는 데에 큰 몫을 하고 있다고 했다. 정력, 힘, 덩치 등을 포함하는 남성성이 고기를 먹어야 만들어진다는 연결 고리를 끊어야 한다는 것이다.

 

군대에서 장군님을 만난 에피소드도 기억에 남는다. 군대에서 비건으로 지내기가 어렵다고 판단해 유제품과 달걀을 먹는 베지테리언으로 지내왔는데 한-미 연합훈련 일정으로 주한미군 총사령관 브룩스 장군이 부대에 방문한 것이다. 장군님도 비건, 사단장님도 비건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그는, '군인의 목적은 살생이 아니라 생명 보호'라는 것을 다시 떠올렸다. 이는 채식의 정신과도 같다. 다음 날부터 비건으로 지냈다고 한다. 

 

사실 페미니즘이 성별 다툼으로 번지고 여성 우월주의, 남성 혐오 등으로 뜻이 변질되다 보니 단어 사용에 상당히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다. 목적은 하나다. '해방'. 단지 자유를 얻는 것이다. 종 평등, 비거니즘도 마찬가지다. 그들이 자유, 생명이 억압받지 않고 생을 온전히 자유롭게 살도록 해방시켜주는 것. 그뿐이다.

 

대한민국에도 채식주의자 장군, 비건 '알파 메일'들이 등장할 때가 됐다. '남자다움' 자체를 해체하는 게 옳지만, 남자만 군대를 가야 하는 한국 현실에서는 당장 피하기 힘든 개념이다. 과연 개를 '개 패듯이' 패서 잡아먹는 게 남자다운가, 아니면 고릴라처럼 풀만 먹는 게 남자다운가. 막강한 힘을 갖는 것보다 그 힘으로 무엇을 하는지가 더 중요하다. 채식주의자 장군님이 멋진 이유다.

 


 

 

해방촌의 채식주의자:휘뚜루마뚜루 자유롭게 산다는 것 | 전범선 산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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