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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쓰는 재미/책방

[책 리뷰] 아무튼, 비건

by 비아(pia) 2021. 9. 15.

아무튼 시리즈 중에 하나로 작은 책이다. 김한민 작가님은 어느 날부터 아무 생각 없이 먹던 음식이 생명으로 보이기 시작했고, 2010년 돼지 생매장(살처분) 사건을 계기로 채식을 시작하게 됐다고 했다.

 

이 책에는 그동안 채식을 하면서 들어온 많은 질문들에 대한 답변이 잘 기록되어 있다. 문체가 다소 공격적으로 느껴질 수 있으나 한글자 한글자 찬찬히 읽어보면 똑부러지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많은 질문들에 제대로 대답하지 못하던 나에게 이 책은 해결책이 되었다. 

 

책
아무튼 비건

 

채식을 시작하고 접한 가장 첫 번째 채식 관련 책이었다. 내가 잘못 알고 있는 상식들을 하나하나 따져가며 논리적인 말투로 정리해주니 충격을 받는 것과 동시에 새로운 정보들이 머릿속에 빠르게 자리 잡았다. 논문자료, 연구결과에 나오는 어려운 단어들을 구구절절 나열하지 않고 핵심만 잡아주니 잘못된 고정관념들을 쉽게 깰 수 있었다. 이를 테면 채식만으로 건강할 수 없다던가, 단백질 문제라던가 등등.

 

작가는 타자화를 지적했다. 타자화란 나와 남, 우리와 남을 가르치는 행위이다. 내가 동일시하고 공감하는 '우리'와 멀리하고 싶은 '남'을 구분한 후, 남을 우리의 울타리 바깥으로 밀어내는 행위이다. 타자화에는 크게 상향과 하향 두 가지가 있다. 상향의 타자화는 질투나 숭배를 할 때 나타난다. 이때의 남은 나와 근본부터 다르고, 이미 격차는 계급처럼 고정되어 있으므로 범접할 수 없다고 단정한다. 

 

하향의 타자화는 무시와 배제를 할 때 나타난다. 가장 흔한 기법으로 '동물화'가 있다. 누군가를 짐승 취급할 때 가장 손쉽게 타자화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짐승만도 못한 XX라고 욕을 한다거나 누군가를 동물에 빗대어 욕할 때, 유태인을 짐승처럼 여겨 노예로 부리던 나치 등이 하향의 타자화에 속한다.

 

작가는 우리 사회를 '이해관계 지향적'이라고 정의했다. 잘해줘 봤자 즉각적인 이득이 돌아오지 않을 것으로 판단되는 남은 무성의하게 대해도 된다는 분위기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우리 사회가 이민자, 난민, 성소수자 등 소수자나 약자를 바라보는 평균적인 시선이라고 얘기했다. 

 

그러니 최하위 계층은 동물은 뒷전으로 밀리는 것이 당연하다는 것이다. 타자나 소수사 문제에 관해 진보적인 견해를 가진 사람이라도 동물 문제에는 무심하고 심지어 남으로 치지도 않는다. 많은 사람들에게 동물은 물건이나 고기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나도 비슷한 생각이다. 종차별주의 관점에서 보면 비거니즘과 페미니즘은 모두 연결되어 있다. 이 사상들이 사회에 어떻게 잘못 인식된건지 답답하긴 하지만, 1차원적인 시각에서 벗어나서 바라보아야 한다. 평등한 사회를 바란다면 누구든 시작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인간이라고 해서 말 못하는 동물을 마구 부리고 해칠 수 있는 권리는 없다. 자신보다 힘이 약한 자를 때리고 죽일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사람은 아무도 없다. 

 

모두 연결되어 있다. 자연에서 태어나 같은 행성 위를 살아가면서 분리된 채 살아가는 사람은 누구도 없다. 살면서 내가 피해를 준 것은 나에게 다시 피해를 돌려주게 되어 있다. 그게 가축이든 사람이든 자연이든간에 말이다. 

 

타자화의 대척점에 연결이 있다. 연결감은 타고나는 것이다. 고기를 거부하는 어린아이의, 흐리지 않은 눈으로 보면 연결은 그냥 보인다. 강아지도 동물, 돼지도 똑같은 동물. 외국인 가사도우미도 사람, 우리 엄마도 같은 사람. 동물과 사람 모두 우리 가족. 아이들의 세계에선 낯섦과 익숙함의 구별은 있어도, 차별은 없다. 그러나 사회는 아이들에게 타자화를 가르치면서 타고난 연결감을 말살해버린다.

 

 


 

 

아무튼 비건:당신도 연결되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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