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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지트/여행기록

[순천 정혜사] 3박4일 템플스테이 - 셋째 날

by 비아(pia) 2021. 7. 2.

8시쯤 누워 12시가 다 되어 깼다. 밥 먹고 그냥 드러누웠다 잠든거라 세수를 하고 다시 누웠다. 이상하게 잠이 잘 온단 말이지.

 

두시간 정도 핸드폰하고 뒹굴다가 다시 잠이 들었다. 7시 알람을 맞춰두고 잤는데 일어나니까 10시가 넘어 있었다. 아침 공양은 원래 패스할 생각이었지만, 공양을 알리는 목탁 소리도 못 듣고 쭉 잤다. 오늘은 10시부터 주지스님의 금강경 법회가 있었는데 그 소리가 스피커를 타고 울려서 깼다. 시계를 보고 부랴부랴 씻었다. 머리를 감았어야 했는데, 드라이기가 없어 일찍 감고 말리면 점심 공양쯤엔 멀쩡할 것 같아 7시에 일어나려 했는데, 다행히 기름지지 않아서(?) 일단 단정히 준비를 했다.

 

11시쯤 됐나? 담당보살님이 방문 앞으로 오셨다. 방문이 오래도록 안열려서 무슨 일 있는거 아닌지 걱정했다고 .... 내리 잤다고 말씀드렸더니 잘 했다고 하셨다. 그게 쉬는 거라며 ㅎㅎㅎ 종무소에서 짧게 차를 마셨다. 보살님과 이런 저런 얘기 중에 책 좋아한다는 얘기를 했는데 뒤에서 듣고 계시던 사무국장님이 법정 스님 책을 한 권 주셨다. 또 잠을 못잔다고 했더니 조그마한 액자도 선물해주셨다. 책상에 놓으라며 ㅎㅎㅎㅎ 보살님이 앞으로도 종종 편하게 놀러오라고 해주셨다. 그리고 다시 방에 들어와 공양 시간을 기다렸다.

 

 


법회에 오신 분들도 모두 공양을 해서 천천히 내려갔다. 다행히 사람이 많지는 않았다. 혼자 조용히 밥을 먹고 설거지 후에 올라왔다. 조금 후에 사무국장님께서 2시 반 ~ 3시 사이에 지도스님과 차담이 있을거라고 알려주셨다. 고민이나 궁금한 게 있으면 물어보라고 하시는데 생각나는 게 없었다. 

 

그래도 생각을 해보자하며 혼자 떠나오게 된 계기부터 차근차근 되짚어 보았다. 그렇게 혼자 조곤조곤 되짚으니 생각이 정리가 되어 누구에게 말하거나 묻지 않아도 되게 되었다. 그래서 정말 할 말이 없어진 나는 스님의 출가 얘기가 듣고 싶었다. 정 할 얘기가 없으면 꼭 여쭤봐야지 하고 법정 스님의 을 읽었다. 절반 가량 읽었을 때 담당보살님이 차담을 하러 오라며 부르셨고 지도법사 스님과 담당보살님, 이렇게 셋이 오붓하게 차를 나눠 마셨다.


스님의 얘기를 들어드리느라 출가 얘기는 꺼내지 못했다. 차담을 나누며 느낀 것은 스님도 화가 나신다는 것. 스님도 에고에 사로잡힐 때가 있다는 것. 긍정적인 마음으로 '일체유심조'를 마음에 새기라고 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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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담 후에 절을 한 바퀴 돌았다. 복순이를 보고싶었는데 컨테이너 아래 들어가 도통 나오지를 않았다. 내일 가기 전에는 볼 수 있을까. 절을 돌아 성심각에 올라가서 처음으로 방석을 깔고 앉아보았다. 담당보살님은 처음에 이곳에서 삼배를 할 때 부처님이 당신을 보고 자꾸 웃으셔서, 보살님도 웃으면서 절했다고 하셨다. 나는 부처님을 가만 보고 있었는데 인자하게 미소짓고 계셨다. 오래 머물진 않았지만 조용해서 명상하기 좋았다. 그리곤 방에 와서 짐을 정리했다. 

 

 


오늘따라 여유로운 절이 더 여유롭다. 저녁 공양을 하러 내려갔는데 주지스님께서 심심하지는 않은지 여쭈시고 읽을 것들을 주신다고 하셨다. 여기 와서 책만 여러 권 받는 것 같다. 책을 너무 좋아하지만, 비우러 왔는데 너무 얻어 가는 게 아닐까 생각했다. 공양주보살님께 오늘 아침 공양을 못해 머쓱함을 슬쩍 알렸더니 그럴 수 있다며 절에서는 뭘 안먹으면 걱정이 된다고 하셨다. 전에 주신 바나나가 있어서 걱정은 덜하셨다고 ㅎㅎㅎ 내일 아침 공양도 안 먹겠다고 말씀드렸더니 알겠다고 하셨다. 고작 3일 있었는데 그새 정도 들고 더운 날 고생하시는 것 같은 마음이 들었다. 오래오래 건강하셨으면..!

저녁 공양 후 주지스님께서 주신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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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 저물어 가는 정혜사

오늘은 야경을 봐야지 다짐했으나 그냥 일찍 방문을 닫고 씻었다. 짐을 정리해두고 그동안을 회상하며 적는 글.

혼자 온 템플스테이는 여유롭고 좋았다. 잠도 푹 잘 수 있었고 터치하는 사람도 없어 편안했다. 새로 만나게 된 인연들에 감사했고 비로소 차분히 내 생각들을 정리할 수 있었다. 불편하면 불편한대로, 모든 것을 온전하게 보니 온전했던 3일. 이렇게 종종 자연 속으로 돌아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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