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밤을 새웠다. 쉬러 간 호텔인데 왜 편히 쉬지 못하고 뜬 눈으로 밤을 새우는 건지 모르겠다. 아니, 마음이 편안하지 않은 상태로 도망치듯 왔으니 당연히 그럴수밖에.
전날 필사하며 쉬다가 노을도 보고 포장했던 도시락과 컵라면을 먹었다. 와인 한 잔을 하며 드라마도 보았다.




취기에 쓰러지듯 잠들었는데, 그래서 아침까진 푹 자겠다 싶었다. 그런데 2시간도 채 안되어 깼고 결국 잠들지 못했다. 아무래도 핸드폰을 내내 한 게 화근이었나. 그리고 숙소가 조용한 편이 아니었던 것도 한 몫 했다.
자는 것을 포기하고 책 읽으며 필사를 마저 했다. 밤바다를 보며 하는 필사는 너무 운치있었다. 지두 크루나무슈의 아는 것으로부터의 자유라는 책을 읽고 있는데 한 번 읽었던 책인데도 전혀 다르게 읽혀 눈시울을 여러번 붉혔다. 결국 어둠은 내 안에 있는 것이었구나.

그러고 나니 빨리 밤이 끝나 호텔 밖으로 나가고 싶었다. 이 휴식은 잘못된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결국 장소만 호텔로 바뀌었을 뿐 집에서 하는 그대로 여전히 나는 부정적인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이건 장소의 문제가 아니었음을 깨닫고 나니 4성급 호텔이 불편하게 다가왔다. 밖으로 나가고 싶었다. 내내 어둠이 와 세상이 고요해지길 바랐는데 이젠 얼른 아침이 오길 소망했다. 그리고 그렇게 날을 새웠다.
4시 쯤 되어 요가를 간단하게 하고 씻고 나갈 채비를 했다. 5시부터 일출을 볼 수 있다고 해서 사진도 찍을 거라 일찍 채비를 마쳤다. 그런데 안개가 껴서 해가 뜨는 건 볼 수 없었다. 붉은 바다를 보고싶었는데, 아쉽지만 안개가 낀 바다도 그것대로 운치있었다.

모든 짐을 정리하고 간단히 방을 치웠다. 기차 시간표를 확인하고 마저 쉬다가 체크아웃을 하러 내려갔다. 체크아웃을 할 때 카드키 두 개를 같이 반납하면 된다. 마지막까지 빠트린게 있나 확인했는데 사진 찍고서 블루투스 리모컨을 놓고 온 것 같다. 거참!
해 뜬 것을 못 볼 줄 알았는데 체크아웃 할 때 구름 사이로 나와주어 볼 수 있었다. 감사했다. 호텔방에 있는 것보다 훨씬 편하고 들뜬 기분이었다.

이번 쉼을 통해 얻은 결론은, 내 마음이 불편한 채로 가는 곳은 어디는 불편하다. 그곳이 제주도든 내가 꿈꾸던 자연 속이든. 이렇게 첫 호캉스는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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