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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지트/여행기록

[순천 정혜사] 3박4일 템플스테이 - 첫째 날

by 비아(pia) 2021. 6. 30.

여수 여행 마지막 날 바로 템플스테이 예약을 했다. 순천 정혜사에 3박 4일로.

 

 

템플스테이 예약홈페이지

템플스테이는 1,700년 한국불교의 역사와 문화가 살아 숨 쉬는 산사에서 수행자의 일상을 경험하는 전통문화체험 프로그램입니다

www.templestay.com

템플스테이 홈페이지에 가입하고 바로 예약 완료! 여수 여행 계획 전부터 가고 싶었던 절들을 서치해두었기 때문에 고민을 오래 하지는 않았다. 

 

정혜사는 1박에 5만원. 나는 3박을 해야 해서 15만원을 입금했다. 예약을 하면 메일과 문자가 온다. 그리고 입금 후 예약 완료 문자를 한 번 더 받았다.

정혜사에서-받은-문자캡쳐정혜사에서-받은-문자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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템플스테이 예약 문자

예약 전에 전화로 문의를 할까 말까 고민했는데 별일 있으면 연락오겠지 하고 그냥 예약을 했다. 괜히 고민했다는 말을 하듯 너무 쉽게 예약이 됐다 : )

 


짐 챙기기

후기들을 찾아가며 짐을 꾸렸다. 절복을 주지만 안에 받쳐입을 티를 챙겨야 한다. 나는 4일을 있어야 하기 때문에 반팔 두 장과 긴팔 한 장을 챙기고 속옷을 여유있게 담았다. 빨래하기가 어려울테니 받쳐 입는 속옷을 여유있게 챙기는 편을 택했다.

 

캐리어에 짐을 챙길까 하다가 백팩이 났다고 해서 손가방에 짐을 챙겼다. 작은 가방이라 짐을 최대한 축소하느라 애를 썼다.

 

속옷, 여벌 옷, 개인 위생 용품(치약, 샴푸, 린스, 바디워시, 칫솔), 최소한의 화장품, 수건 4장, 텀블러, 읽을 책, 다이어리, 미니 삼각대, 태블릿, 이어폰

 


초행길이라 차편을 알아보는 데에 많은 시간을 들였다. 순천 시내에서 정혜사까지 가는 버스가 1시간~1시간 20분 마다 있었기 때문에 타이밍을 잘 맞춰야 했다. 내가 사는 곳에서 출발하면 환승을 해야 하는데 타이밍을 잘 맞추지 않으면 꼼짝없이 한 시간을 기다려야 했으니 말이다.

 

템플스테이-예약-문자
템플스테이 예약 문자

당일 아침에 예약 입금 문자가 왔다. 예약 완료라고 해서 다 된 건줄 알았는데 아니었나보다. 이 문자를 받고 조금 뒤에 담당자분께 전화가 왔다. 정혜사 정류장에 대략적인 도착 시간을 물으셨고 연락하면 데리러 오겠다고 하셨다. 정류장에서 정혜사까지 도보로 40분 정도 걸린다던데 다행이었다.

 

아침을 간단히 챙겨 먹고 시간 맞춰 버스를 타러 갔다. 그런데 버스 방향을 잘못 타서 20분을 지체했다 .. ^^ 환승할 정류장까지 가야 하는 버스를 20분 동안 기다리다가 타고 20분여를 갔다. 지본입구 정류장에서 내려 정혜소까지 가는 버스를 1시간 동안 기다려야 했다. 다행히 오늘은 바람이 시원하게 불어 기다리는 게 어렵지 않았다.

정혜사-버스시간표
정혜사 버스 시간표

 

혼자 기다리고 있는데 아주머니 한 분이 버스를 타러 오셨다. 내가 정류장 밖을 힐끔 힐끔 보니 버스가 오려면 멀었다며 버스 시간표를 보여주셨다. 이미 네이버 지도로 확인하고 있었지만 사진을 찍고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정혜사로 가는 버스는 기점발 시간을 확인하면 된다. 나는 1시 30분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고 2시 20분쯤 탈 수 있었다. 기점에서 지본입구 정류장까지 50분 정도 걸리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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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사 버스 정류장

버스를 타고 20분쯤 가면 정혜소 정류장이다. 정류장에 내려 담당자분께 전화하니 데리러 오신다고 하셨다. 5분 정도 기다리니 보살님께서 승용차를 운전해 오셨다. 덕분에 오르막길을 쉽게 지나 올 수 있었다.

 

 


템플스테이를 여자 혼자 오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며 용기가 멋있다고 칭찬해주셨다. 대웅전에 있는 보물을 지키느라 24시간 CCTV가 돌아가고 처사님도 계셔서 안전할 거라는 말씀도 해주셨다. 정말 친근하게 대해주셔서 긴장이 금새 풀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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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사 템플스테이 숙소

바로 숙소로 가서 방을 안내 받았다. 방 안에 생수 두 병, 에어컨, 이불, 절복, TV, 손 소독제, 홈키파 등이 있고 화장실도 있는 방을 주셨다. 화장실에는 손빨래를 할 수 있게 작은 빨래판과 세제, 탈수기가 있고 샤워 용품들이 있었다. (하지만 나는 내가 챙겨간 세면 용품들을 썼다) 화장지도 넉넉하게 있었고 수건은 없다. 여유있게 챙겨오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절복으로 갈아입고 종무소에 가서 담당보살님과 간단한 차담을 했다. 구기자와 생강을 우린 차를 내어주셔 세 잔을 마셨다. 어색할 줄 알았는데 말이 오가지 않아도 괜찮았다. 어떻게 오게 되었는지 얘기를 나누고 절 안내를 해주셔서 따라 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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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 정혜사

정혜사는 작은 절이다. 그래서 부담 없이 쉬기에 너무 좋은 것 같다. 담당보살님도 이곳에 오신지 얼마 안됐다고 하셨다. 어투도 부드러우시고 친숙하게 대해주셔서 금새 조금 의지를 하게 되었다. 든든한 느낌! 

 

우울증 얘기를 하니 당신 얘기를 나누며 다독여주셨다. 그리곤 공양주보살님이 소환하셔서 담당보살님은 공양간으로 나는 처소로 돌아왔다. 오는 길에 땀이 나서 간단히 샤워 후 옷을 갈아 입었다. 그러곤 핸드폰도 하지 않고 멍 때리고 있다가 베개를 꺼내 드러누워 있었는데 시원한 바람과 벌소리, 새소리, 계곡 물소리가 들리는 게 자연적으로 명상이 됐다.

 

그렇게 쉬고 있다가 5시쯤 목탁 소리가 들렸다. 공양은 처음이라 방에서 멀뚱멀뚱 하고 있었는데 담당보살님이 오셔서 이제 밥 먹으러 가면 된다고 하셨다. 여긴 먹을 게 없으니 밥을 많이 먹으라고 하셨다. 공양 가는 길에 처사님을 만났는데 처사님께서 밥 뜨는 것부터 수저까지 친절하게 알려주셨다. 주지스님도 처음 뵈었다. 너무 어색하고 재밌었다. 밥은 원래 비건식을 하던 터라 잘 맞았다. 밥을 먹고 템플스테이 참가자들은 설거지까지 한다. 공양간 입구 한쪽에 설거지 하는 곳이 있어 설거지를 하고, 공양주보살님께서 떡을 챙겨주셔서 받아 왔다. 템플스테이 참가자가 나뿐이라 더 잘 챙겨주시는 것 같다. 더군다가 혼자왔으니! 감사할 따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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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사 복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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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깡순이

내가 정혜사를 온 이유 중에는 복순이도 있었다. 전에 집에서 키우던 강아지가 집을 나가 돌아오지 않았는데 복순이가 우리 강아지랑 많이 닮아 궁금했다. 저녁을 먹고 산책할 겸 복순이를 보러 갔다. 멀리서부터 혀를 쫑쫑 차니 벌떡 일어나 내 쪽으로 걸어왔다. (뭉클) 나이가 많이 들어서 눈이 잘 안보인다고 했다. 있는 듯 없는 듯 거의 누워만 있는다고 ... 다가가니 꼬리도 흔들고 내 앞에 가만 앉아 있는 게 신기했다. 아무 소리도 내지 않고 옆에 앉아 있었는데 자주 내 쪽으로 고개를 돌리는 게 내가 있는지 없는지 확인하는 것 같았다. 몇 번 쓰다듬으며 앉아 있다가 다시 처소로 돌아왔다. 여기 있는 동안 복순이에게 매일 가야지!


방에 와서 을 보는데 그새 허기가 져서 떡 두조각을 먹었다. 그리곤 이불을 깔고 누우니 잠이 쏟아졌다. 그도 그럴 것이 이틀에 한 번 꼴로 3~4시간을 겨우 잤으니 피곤한 게 당연했다. 여기는 공기도 좋고 마음도 편해서인지 잠이 솔솔 왔다. 그렇게 누워 깜빡 잠이 들었는데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나 깨서 밖으로 나갔다. 공양주보살님께서 바나나 세 개를 가져 오셨다. 배고프면 먹으라고 챙겨주시고 쿨하게 가셨다 ㅋㅋ 정말 쿨하심. 

 

비몽사몽으로 그렇게 있었는데 이번엔 퇴근하신 담당보살님께서 전화를 주셨다. 개인 연락처로 전화를 주셔서 처음엔 안받았는데 문자를 남겨주셔서 다시 통화할 수 있었다. 저녁은 잘 먹었는지, 불편한 것은 없는지, 혹시 무섭거나 두렵거나 무슨 일이 생기면 종무소 옆에 24시간 계시는 처사님을 부르면 된다고 알려주시고 추우면 보일러를 틀고 자라고도 알려주셨다. (근데 보일러 불이 안들어와서 내일 여쭤봐야 할 듯) 차담을 할 때 딸 같다고 하시며 얘기를 정말 진중하게 들어주시더니 이렇게까지 챙겨주셔서 더할나위 없이 감사했다. 따수운 정혜사


정신을 차리고 머리를 감았다. 숙소에 드라이기는 당연히 없고 선풍기라도 있을 줄 알았는데 없어서 수건으로 최대한 물기를 쫙쫙 빼냈다. 원래는 아침에 머리를 감는데, 아침에 머리를 감고서 완전히 말리지도 못하고 귀신마냥 돌아다니게 될까봐 밤에 감고 자기로. 

그리곤 또 멍때리고 있었다. 밖에서는 스님과 보살님 목소리가 들렸다. 차담을 나누시나? 지금은 코로나 때문에 휴식형 프로그램이라 딱히 체험할 게 없는데 예불도 참여 제안을 안하시고 공양도 먹고 싶지 않으면 안가도 된다고 하셨다. 정말 자유! 그래서 조금 어색했다. 뭘 하고 쉬어야 할 지 몰라서! (뭘 딱히 안해도 되는데)

 

다 씻었는데 차나 마시자며 부르실까봐 일찍 불을 껐다. 일찍 자고싶기도 했으니까. 산 속이라 공기가 차서 긴팔을 꺼내 입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반팔 대신 긴팔을 챙기는 건데. 지금쯤 템플스테이를 가신다면 꼭 참고하시길!

 

첫 템플스테이의 첫 날이 이렇게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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