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을 맞고 생리 주기가 바뀌거나 끊기는 경우, 생리 양이 확 늘거나 줄고 부정출혈이 생기는 경우가 파다했다. 그런데 정부에서는 인과관계가 없다는 말만 내뱉고 있었다. 직접 겪어보지 않으면 월경 주기가 바뀌고 생리 양의 정도에 얼마나 많은 체력이 소모되는지 모를 것이다.
9월까지만 해도 생리불순, 하혈 등으로 불편을 호소한 여성들에게 면역작용일뿐 인과관계가 없으니 피임약이나 타이레놀을 복용하라는 처방만을 늘어놓다가 드.디.어 질병청에서 백신 이상반응에 월경 장애를 추가하기로 했다.
여성에게는 공포와 같은 일이다. 자연스레 민감해질수밖에 없다. 백신 접종을 시작한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이제야 상관관계를 조사하겠다는 답변이 야속하기도 하다.
9월 25일 모더나 1차 접종을 마치고 10일간 부작용에 시달렸다. 끝날만 하면 다시 시작된 발적과 두통으로 힘들었는데 부작용이 가신지 이틀만에 새로운 부작용을 만났다. 생리 시작일이 8일 앞당겨진 것이다.
채식을 시작한 후로 생리통이 많이 줄었다. 피로감이 있는 정도이고 허리 통증이나 배 아픈 것들은 정말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에만 나타난다. 하지만 주기는 여전히 불규칙했다. 그러다 자연식을 시작하고 최근 두 달간 주기가 매우 정확했다. 정확히 그 날짜에 월경이 시작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겨우 생리불순을 고쳤는데 백신 하나 때문에 다시 주기에 변동이 생겼다. 백신을 맞고 난 2주가 채식 라이프 이후 가장 몸이 아픈 시기가 되었다. 딥!빡!
미국에서는 생리 불순 사례를 15만 건 모은 여성 학자 두명을 연구에서 배재시켰다. 그들 덕에 연구에 착수하게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에게 연구비를 지원하기는커녕 프로젝트 명단에서 제외시킨 것이다.
접종 후 3일이 지나면 현재 상태를 보고해 달라는 문자가 온다. 그런데 '이상 반응 보고서'에는 두통, 근육통, 관절통, 메스꺼움, 구토 등의 증상 문항들만 있을 뿐, 월경에 대한 체크 문항은 없었다. 하지만 월경 이상 반응은 전체 42개 이상 반응 항목들과 비교했을 때 21번째로 많다. 이것만으로도 '여성만이 겪는 장애'라는 이유로 소외되었을 가능성을 볼 수 있다.
질병관리청에서는 '기타'란에 적어달라고 당부했으나, 실상 기타로 분류돼 분석도 집계도 제대로 되지 않았다. 그러면서 지난 2일 발표한 월경 이상 반응 건수를 18건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27일에 다시 712건이라고 정정했다.
'기타' 항목에 주관적으로 적어내게 될 경우 통계 내는 것은 사실 매우 힘들어진다. '생리불순', '하혈' 등으로 간결하게 적어낸다면 모르겠으나 복합적 반응이 생긴 경우에는 길게 풀어 쓸 확률이 높아지고 통계를 낼 때 그 내용을 하나하나 읽어 추려낼 수 없기에 누락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따라서 애초에 복수체크가 가능하도록 월경에 대한 문항이 있었어야 했다.
연구자들은 여성의 고충을 보여주는 데이터가 ‘기타’로 흡수돼 제대로 집계되지 않거나, 아예 공백 상태로 있는 경우는 도처에 있다고 지적한다. 한 연구자는 “전국 253개 지자체가 수행하는 건강 관련한 유일한 지역통계인 ‘지역사회건강조사’에도 폐경 같은 여성의 성·재생산 관련 지표가 거의 없다”고 꼬집었다. 주재선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성인지데이터센터장은 “과거부터 통계는 유급노동시장을 중심으로 발전되어 왔기에 적지 않은 통계가 남성 위주로 작성되고, 여성의 상황은 특수한 것으로 여겨져 ‘기타’로 취합되는 관행이 있었다”며 “‘기타’로 묶이는 여성·장애인·노인·아동의 사례만 세분화해도 보다 정밀한 정책 설계가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원문보기:
https://www.hani.co.kr/arti/society/women/1013036.html#csidx895bd7766ebf4b3bd200e8a671c6f96
여성의 문제가 '특수한' 상황이라는 것은 '일반적인' 상황이 남성을 기준으로 한다는 전제가 깔려있는 것이다. 그러나 더는 여성만의 문제라는 이유로 소외되는 일이 없길 바란다.
이로써 대부분의 부작용을 다 겪었다. 발적, 근육통, 관절통, 두통, 몸살, 열감, 두드러기, 월경장애까지. 30일이면 2차 접종을 해야 한다. 남은 기간동안 꽤 많은 고민을 하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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