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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쓰는 재미/책방

[책 리뷰] 시선으로부터,

by 비아(pia) 2022. 8. 11.

이 소설은 시대의 폭력과 억압 앞에서 순종하지 않았던 심시선과 그에게서 모계로 이어지는 여성 중심의 삼대 이야기이다. 한국전쟁의 비극을 겪고 새로운 삶을 찾아 떠난 심시선과, 20세기의 막바지를 살아낸 시선의 딸 명혜, 명은, 그리고 21세기를 살아가고 있는 손녀 화수와 우윤. 심시선에게서 뻗어나온 여성들의 삶은 우리에게 가능한 새로운 시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 교보문고 책 소개 발취

 

시선으로부터

 

책을 고를 때 작가가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이 나에게 맞는지를 먼저 훑어보는 편인데, '보건교사 안은영'의 저자라는 정보만 알았을 뿐, 다른 것은 고려하지 않고 구입했다. 얼마나 재밌길래 이렇게 유명하지? 호기심 반, 기대감 반이었다.

 

완독 하는데에 두 달이 걸렸다. 책을 빨리 읽는 편인 나에게 두 달은 긴 시간이다. 재미가 없었느냐고 묻는다면 전혀 아니라고 얘기하고 싶다. 재미가 문제가 아니라, 울컥울컥 하게 만드는 문장들이 너무 많아서 한 번에 슥 읽기가 어려웠다.

 

인물이 꽤 많이 나온다. 심시선 여사와 그의 남편들, 자녀들 내외와 손자들까지. 많은 인물들 중에서 가장 마음이 갔던 인물은 '화수'이다. 비슷한 일을 겪었고 그 이유로 현재 닮은 일상을 살고 있고 사고까지 똑같이 바뀐 인물이다. 읽는 내내 안타까웠고 안쓰러웠고 화수가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독특하지만 독특하지 않은 심시선 여사. 많은 수모를 겪고 죽을 고비도 있었지만 좌절하지 않았다. 그런 어려움 속에서도 아름다운 것을 발견할 줄 아는 사람. 내면이 단단한 사람. 그런 사람으로부터 뻗어나온 화수이기에 잘 이겨낼거라고. 나에겐 시선 같은 어른이 없었지만 화수는 시선을 겪었으니 금방 단단해질거라고 믿고 싶다. 할수 있다면 나도 심시선 여사를 닮아야지, 심시선 여사의 시선을 따라가야지.

 


  화수도 웃다가 그 뒤에 오는 남자를 보았다. 그 남자의 손에는 비닐봉지가 들려 있었고, 그 안에는 갈색 유리병들이 있었다.

  심호흡을 해야 했다.

  평범한 사람이 평범한 의도로 평범한 물건을 사서 걸어가고 있을 뿐이야. 나에게 일어난 일과 지나치게 연관지어서는 안 돼.

  겪은 일에 당연히 뒤따를 만한 PTSD라고 했다. 화수는 회사가 제공해주는 치료를 받고 있었다. 치료가 도움이 되는 날만큼이나 치료를 받으러 가는 것 자체가 너무나 큰 요구처럼 느껴지는 날이 많았다. 예약을 하고 예약한 날에 외출을 하고, 그런 쉬운 일들이 더이상 쉽지 않았다. 

p108

 

  화수가 사건 이후 얼마 안 있어 유산을 했다는 걸 언론에 유출한 것은 아마도 다른 직원이나 그 측근이었을 것이다. 가해자에게 이입하는 사람들을 도무지 견딜 수 없어서 그랬을 것이다. 아니면 ··· 회사였을까? 여론이 들끓었고 사건이 더 제대로 보도되었고 사람들은 드디어 화수와 동료들에게 이입했다. 여자 여럿이 다친 걸로는 꿈쩍도 안 하던 사람들이 격앙되어 편이 되어줬다. (중략)

   현장에서 순순히 자수하여 삼 개월간 구금 생활을 한 기민철은 초범이며, 반성하고 있고, 희석한 염산을 사용했다는 점이 참작되어 징역 이 년에 집행유예 삼 년을 받았다. 그리고 피해자들이 민사를 막 시작하려고 할 때 자살했다. (중략)

  죗값을 치르지 않고 도망쳤다. 그건 도망이었다. 화수는 잊을 수 없었고 늘 화가 나 있었고 이제 그 화는 화수만을 해쳤고······

p110



 

 

 

시선으로부터 :정세랑 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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