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읽고 쓰는 재미/책방

[책 리뷰] 우리는 왜 개는 사랑하고 돼지는 먹고 소는 신을까

by 비아(pia) 2021. 10. 21.
도축장 벽이 유리로 되어 있다면 모든 사람이 채식주의자가 될 것이다.

 

책
우리는 왜 개는 사랑하고 돼지는 먹고 소는 신을까

 

정말 속시원한 책이다. 이 책은 육식주의가 우리 사회에 대표적인 신념체계가 된 이유들을 하나하나 짚어주고 있다. 이데올로기와 함께 육식에 대해 설명을 해나가면서 어떻게 우리가 '동물을 먹는 행위'에 반감을 가지지 못하고 일상으로 끌여들이게 되었는지를 알려준다.

 

이데올로기란 일반적으로 사람이 인간·자연·사회에 대해 규정짓는 추상적이면서도 이념적인 의식의 형태를 가리킨다. 정치경제학적으로는 상부구조의 하나라고 정의된다. 사회학적으로 비판적인 입장에서는 사회 내의 '상식적' 관념 및 널리 퍼진 신념으로서, 많은 경우 간접적으로 지배계급의 이해관계에 봉사하고 그들의 위치를 정당화하는 것으로 설명하기도 한다. 이를 검증하는 행위는 사상검증이라고 한다.

/ 나무위키

 

우리는 사회의 주류를 이루는 생활 방식이 보편적 가치를 반영한다고 보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우리가 보통 또는 정상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따지고 보면 다수의 신념과 행동 양식에 지나지 않는다. 즉 주류라는 것은 지극히 광범하게 퍼지고 확고히 자리 잡아서 그 가정과 관행들이 상식으로 여겨지는 이데올로기를 지칭하는 다른 방식일 뿐이다.

 

주류에서 벗어난 이데올로기들은 이름을 붙이기가 더 쉽다. 알아보기가 더 쉽기 때문이다. 육식주의라는 말보다 채식주의라는 말을 더 먼저, 많이 사용되는 이유이다.

 

이데올로기에 이름을 붙이는 순간 그것에 대해 말하고 의문이나 의의를 제기하기 쉬워진다. 육식주의에 대해 의의를 제기하는 것보다 채식주의에 대해 반론하는 일이 훨씬 쉬울 것이다. 또 스스로 "나는 육식주의자"라고 말하는 것보다 나 또는 사회와 다른이에게 "채식주의자"라고 이름을 붙이는 일이 더 쉬울 것이다. 그렇게 이름을 붙이고 그것들을 유심히 관찰하고 의의를 제기하면서 그들이 가진 이데올로기를 정당화 한다. 우리 사회의 또 다른 대표적 이데올로기는 가부장제가 있다.

 

축산업은 하나의 거대 시스템으로 자리잡았다. 축산업계들은 초원의 풀을 뜯고 자유롭게 뛰어노는 소와 닭으로 고기를 만드는 양 '광고'한다. 그러나 '산업'을 유지시키려면 그렇게 키워 제품을 만들어 내는 일은 지극히 비효율적인 일이다. 또한 생산해야 하는 제품의 수량에도 제한이 생긴다. 최소의 비용으로 제품을 생산하여 최대의 수익을 남기는 것이 산업의 주된 목표아닌가? 그러나 환상의 스토리로 광고를 하고 소비자들은 동화 속에 빠져 자신의 육식행위를 정당화 한다. "이렇게 복지적으로 키운 동물들이라면 괜찮아"라는 식의 자기 위로를 건내면서 말이다.

 

이 모든 것들을 어릴 때 알았더라면 고기를 절대 먹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의 식습관은 태어나면서부터 주양육자와 사회의 시선에 맞춰 만들어진다. 분유에 "우유대신 두유를 넣어주세요", "이유식에 소고기는 넣지 말아주세요" 라고 말하지 못했을 테니까.

 

꽤나 놀라운 일이다. 하나의 산업이 세계인들의 식탁을, 일상을 지배하고 있다는 것에 소름이 돋고 무섭게 느껴진다. 그리고 모두들 주입된 교육을 받은 로봇들 마냥 그것들이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도살당하는 동물들에게 연민을 느끼다가도 금새 다시 육식 시스템으로 돌아가는 것을 보면 그렇다. 

 

저자 멜라니 조이가 한 지방 대학에서 학생들과 나눈 대화가 인상적이었다. 논비건들과 흔하게 나누는 대화들이라 더 그렇게 다가왔는지도 모르겠다.

멜라니 : 왜 돼지가 게으르다고 하지?
학생들 : 하루 종일 누워서 뒹구니까요.
멜라니 : 야생 돼지도 그런가, 아니면 고기를 위해 사육하는 돼지만 그런가?
학생들 : 몰라요. 아마 돼지 농장에서만 그러겠죠.
멜라니 : 왜 농장의 돼지들만 누워 뒹군다고 생각하지?
학생들 : 아마 울타리에 갇혀 있으니까 그러겠지요.

멜라니 : 돼지는 왜 멍청한 거지?
학생들 : 그냥 원래 그렇지요.
멜라니 : 그런데 실제로는 돼지가 개보다도 더 영리하다고 해.

멜라니 : 왜 돼지가 땀을 흘린다고 했지?
학생들 : 무응답
멜라니 : 사실 돼지에게는 땀샘이 없다는 사실을 알아?

멜라니 : 왜 돼지보고 더럽다고 하지?
학생들 : 진창에서 뒹구니까요.
멜라니 : 왜 진창에서 뒹굴지?
학생들 : 진흙 같은 더러운 걸 좋아하니까요. 돼지는 더러워요.
멜라니 : 실은 더울 때 몸을 식히느라 진창에서 뒹구는 거야. 땀샘이 없기 때문이지.

멜라니 : 돼지를 본 적이 있어?
(아주 소수의 학생을 빼고는 대부분 돼지를 직접 본 적이 없었다.)
멜라니 : 돼지가 땀투성이도 아니고 게으르지도 탐욕스럽지도 않은 영리하고 예민한 개체라고 생각했다면 돼지에 대해 어떻게 느꼈을까? 개에 대해서 그런 것처럼 가깝게 지내서 잘 알았더라면 말이야.
학생들 : 돼지를 먹는 걸 이상하게 느꼈을 거예요. 아마 죄책감 같은 걸 느꼈겠지요.
멜라니 : 그렇다면 우리는 왜 돼지는 먹고 개는 먹지 않을까?
학생들 : 돼지는 먹기 위해 키우니까요.
멜라니 : 왜 먹기 위해 돼지를 키우는 거지?
학생들 : 몰라요. 한 번도 생각 안 해 봤어요. 원래 그런 것 아닌가요?

 

원래 그렇다. 원래 그렇다라니. 돼지가 지능이 높고 깨끗한 동물인 것은 초록창에 검색 한 번으로 모두가 알 수 있다. 그러나, 축산업을 유지하기 위해 만들어 놓은 신념을 사실처럼 믿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믿어야 사람들이 돼지를 죽이고 먹는 일에 죄책감을 느끼지 않을테니까.

 

왓 더 헬스가 순한 맛으로 문제를 제시했다면 우리는 왜는 매운 맛으로 확실하게 메시지를 던진다. 돌려 말하지 않고 직설적으로 논점을 딱 딱 알려주기 때문에 술술 읽히고 머리에도 잘 들어왔다. 왓 더 헬스와 함께 읽으면 좋을 책이다.

 

2021.10.09 - [리뷰/🎞] - [넷플릭스 다큐] What The Health (몸을 죽이는 자본의 밥상)

 

[넷플릭스 다큐] What The Health (몸을 죽이는 자본의 밥상)

암, 심장병, 당뇨를 가진 가족들 때문에 건강염려증으로 자신의 안위를 걱정하던 영화감독 킵은 가공육이 발암물질로 분류되었다는 뉴스를 보고 우리가 먹는 것이 암 발병률을 높인다는 사실에

mindful-pia.tistory.com

 

소비자로서 우리의 선택은 미국에서만 연간 100억 마리의 동물을 도살하는 산업을 먹여 살리고 있다.
우리가 이 산업을 떠받치면서 그 이유로 댈 수 있는 게
기껏 '원래 그런 것이기 때문'이라면확실히 뭔가 잘못됐다.

이 문제에 관한 한 몸든 사회 구성원이 하나같이 사고의 기능을 유보하고 사는 것은 물론,
자기들이 그런다는 사실조차 깨닫지 못하는 것은 도대체 왜일까?

 

 

 

 

 

우리는 왜개는 사랑하고 돼지는 먹고소는신을까 10주년기념개정판

COUPANG

www.coupang.com

 

쿠팡 파트너스 활동으로 위 링크를 통해 구입하시면 소정의 수수료를 제공받습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