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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 VEGAN/veganism

내가 채식을 하게 된 계기, 과정, 이유

by 비아(pia) 2021. 9. 14.

여느 때와 다르지 않았다. 모닝 루틴을 끝내고 밥을 먹으려고 스팸을 굽고 한 끼를 차린 후였다. 평소 식습관을 바꾸고 싶었던지라 '마인드풀 이팅'을 시작한지 얼마 안되었을 때였다. 음식을 앞에 두고 잠시 눈을 감은 후로 나는 채식을 하게 되었다.

 

 

마인드풀 이팅이란, 먹는 행위에 온전히 집중하는 것을 의미한다. 유튜브나 tv를 보면서 먹거나 다른 생각을 하느라 밥을 코로 먹는지 입으로 먹는지 하는 것이 아니라, 음식에 집중하면서 음식의 생김새, 색깔, 향기, 이 음식이 나에게 오기까지의 과정과 맛을 천천히 음미하면서 먹는 것이다. 이것들을 모두 느끼면서 온전히 음식에 집중을 하면 자연스레 오래 씹는 습관을 들일 수 있다.

 

잘 구운 스팸을 한 입 베어 물고 눈을 감고 맛과 향을 느끼던 찰나였다. 문득 소의 얼굴, 그것도 눈이 클로즈업 되어 떠올랐다. 눈동자는 한 껏 겁에 질려 있었고 이내 굵은 눈물방울이 떨어졌다. 나는 그날 구운 햄을 모조리 버려야 했다. 그렇게 내 채식 여정은 시작되었다.

 

빨간 고기를 끊는 것은 쉬웠다. 내가 먹는 것들 중에서 고기만 먹지 않으면 되었다. 생선도 해물도 먹고 계란도 먹을 수 있으니 어렵지 않다고 생각했다. 모임이 있으면 회를 먹거나 해산물을 먹으면 되었으니 어렵게 생각하지 않았다.

 

채식에 대한 공부를 하다보니 계란을 끊게 되었고 머지 않아 생선도 끊게 되었다. 유튜브에서 낚시 관련한 프로그램 클립이 보였는데 낚시줄에 걸린 물살이가 몸부림을 치고 있었다. 그때 물살이와 동기화 된 느낌을 받았다. 내 몸이 아팠고 덜덜 떨렸다. 그렇게 이목구비를 가진 생물로 만든 식품을 멀리 하게 되었다. 해산물에도 눈코입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부터는 완전히 비건이 되었다.

 

우유는 애초에 잘 먹지 않았기 때문에 끊고 말고 할 것도 없었다. 먹으면 배가 아픈데 왜 자꾸 먹으라고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우유를 잘 먹어야 키가 크고 뼈가 튼튼하다는데 내 뼈는 우유 섭취 유무와 관계없이 튼튼하다. 

 

이렇게 동물권으로 시작한 채식이 환경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사람들이 먹기 위해 가축을 기른다. 떨어짐 없이 고기를 '보급'하려면 고기를 만드는 공장을 매일 돌려야 한다. 공장을 매일 돌리기 위해서는 '원재료'인 가축이 매일 필요하다. 때문에 축산장을 늘리고 가축도 늘린다. 그럴려면 넓은 땅이 필요하고 그래서 숲을 벤다. 숲이 사라지면 자연이 탄소를 흡수할 매개체가 사라지고 그로 인해 지구온난화는 심화된다. 

 

그 많은 가축을 '상품화'하려면 토실토실하게 키워야 한다. 그렇기 위해서는 많이 먹어야 한다. 가축들에게 먹이는 사료에는 다른 가축의 부산물, 곡식, 음식물 쓰레기 등이 재료가 된다. 초식 동물들에게 다른 동물을 재료로 하여 만든 사료를 먹이는 것부터가 질병의 시작이 된다. 또 열악한 환경에서 토실토실하게 자라야하는 가축에게 먹이는 성장촉진제(호르몬제), 항생제 등은 그대로 우리에게 전해진다. 고기를 많이 먹는 요즘 시대에 아이들의 발육 속도가 점점 빨라지는 것에도 한 몫 하고 있다.

 

가축을 먹이기 위해 가축만큼이나 넓은 토지에 곡식을 키운다. 아직까지도 아프리카의 기아 문제는 심각한데, 오히려 가축은 살이 찐다. 사람을 먹일 곡식은 없고 가축을 먹일 곡식은 있는 것이다. 인간이 먹이사슬의 꼭대기에 있어 가축을 먹어도 된다고 하자. 그런데 정작 인간이 먹을 곡식을 가축에게 먹이느라 인간이 굶는다. 가축을 키워야 해서 인간이 죽는 것이다. 이게 원활한 먹이사슬의 관계일까? 단지 빈부의 격차라고 밖에 느껴지지 않는다. 먹이사슬이 아니라, 부와 산업의 폐해인 것이다.

 

길거리에 가정식 백반집부터 하여 널리고 널린 것이 고기집이다. 돈이 되지 않으면 안 했을 사업이다. 돈이 되니까, 환경과 부작용은 둘째로 하고 마케팅부터 한다. 고기를 먹어야 한다고 '광고'를 한다. 세계보건기구는 가공육과 붉은 고기를 제 1·2군 발암물질로 지정했다. 담배와 같은 등급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는 '광고'를 한다. 그렇게 몸에 좋고 골고루 먹어야 한다는 채소는 광고하지 않는데 동물성 식품은 자꾸만 '광고'를 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채소가 몸에 좋은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기 때문에 광고할 필요가 없다. 광고의 사전적 의미는 '상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정보를 여러 가지 매체를 통하여 소비자에게 널리 알리는 의도적인 활동'이다. 즉 동물성 식품은 장점을 의도적으로 알려야 하는 상품이라는 것이다. 그 광고들에는 동물성 식품의 부작용에 대한 언급은 일언반구도 없다.

 

현재는 동물권과 환경보다도 건강 때문에 더 열심히 채식을 한다. 비건으로 지내면서 인스턴트, 채식주의자용 가공식품 등을 종종 먹어 왔다. 그러나 정크 푸드로 채식 생활을 하면 건강 뿐만 아니라 경제적인 문제도 따라 온다. 채식을 하고 건강이 안 좋아졌다거나 돈이 많아야 채식할 수 있다는 말들이 이 때문에 생긴건 아닌가 싶다. 사실 채소와 과일로만 장을 보면 고기를 살 때보다 저렴하거나 비슷하지 더 들지는 않는다. 올바른 채식을 하면 배달이나 외식보다 집에서 직접 만들어 먹는 일이 대부분이다. 1~2주에 한 번 장을 보고 밀프렙을 해두면 되기 때문에, 매일 외식이나 배달음식을 먹는 것보다 훨씬 저렴하고 간단하게 식사를 할 수 있다.

 

채식을 해도 건강하다는 느낌을 덜 받아서 나는 지금 자연식을 한다. 물론 정크푸드를 완전히 끊거나 하진 않겠지만 특별한 일이 있거나 모임이 있을 때를 제외하고는 현미채식을 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생식을 하는 것은 아니다. 현미와 채소, 과일로 구성된 일반식을 한다. 간을 적게 하고 기름을 최대한 배제하는 식단을 꾸리고 있다.

 

고기를 먹어야 하는 이유를 '단백질'에서 찾는다. 하지만 단백질 식품을 챙겨 먹어야 건강하고 좋은 단백질은 고기에 들어있다는 우리의 관념은 마케팅 광고가 만들어 낸 것이다. 과한 단백질은 간과 신장에 영향을 주고 칼슘을 빼내 뼈를 손상시킨다. 인슐린 수치에도 굉장한 영향을 미친다. 또한 고기를 먹음으로써 우리는 단백질만 섭취하는 것이 아니라 지방을 함께 먹는다. 지방은 지방 자체로 몸에 쌓여 살을 찌게 한다. 아무리 비계를 걷어낸다 한들, 적게 먹는것과 아예 먹지 않는 것은 다르다. 

 

콜레스테롤 수치는 말할 것도 없다. 붉은 고기를 피해야 한다고 해서 흰살 생선과 하얀 고기(닭)을 먹는다. 그런데 닭고기에는 소고기보다 훨씬 많은 콜레스테롤이 함유되어 있다. 계란도 마찬가지다. 콜레스테롤 변화로 생기는 질병들에는 고혈압, 고지혈증, 뇌졸중 등이 있다. 혈관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혈액이 원활하게 돌지 못하는 질병을 갖게 되는 것이다.

 

이런 문제점들은 일언반구도 하지 않은 채 육식을 '광고'한다. 그로 인해 생긴 질병들은 병원에 가서 약을 먹게 한다. 우리는 처음 보는 의사의 말을 너무나도 잘 믿는다. 아파서 찾아갔고 의사가 진단하는 나의 몸 상태와 처방약을 곧이 곧대로 믿는다. 약의 성분은 어떻고 부작용은 없는지 등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 아프면 병원에 가고 약을 먹으면 된다고 생각한다. 아니? 아프면 증상을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원인을 제거해야 한다. 아프게 하는 원인. 통증이 사라지게 하는 치료를 받는 것이 아니라 원인 제거가 먼저라는 것이다. 

 

사는 것에 있어서 정답은 없다고 하지만, 식습관에 있어서 현미채식은 정답이라고 생각한다. 각자의 상황과 건강 상태에 따라 속도 차이가 있을 뿐. 채식이 좋다고 해서 고혈압 약을 한 번에 끊고 채식을 하는 것이 아니라 채식을 하면서 차차 약을 줄여가고 운동을 생활화 하는 등의 생활 습관도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맹목적인 믿음이 아니라 각자의 몸을 돌아보고 스스로가 공부해서 스스로에게 맞는 생활 습관을 꾸려가길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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