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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 VEGAN/veganism

[비아 에세이] 나의 마이크들에게 (존 로빈스의 음식혁명)

by 비아(pia) 2021. 8. 30.

존 로빈스의 음식혁명 69쪽에 친구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존에겐 마이크라는 친구가 있었는데, 함께 외식이라도 할라치면 존이 채식주의자인 것을 알면서도 그에게 스테이크나 햄버거를 먹고 싶지 않느냐고 묻곤 했다. 식사 중에도 자기가 먹는 고기와 아이스크림이 얼마나 맛있는지 모르겠다며 허풍을 떨었고, 존에 대한 애정과 존의 걱정을 위해 그런다는 듯 같이 먹자면서 마이크에게 본인 음식을 슬쩍 내밀곤 했다.

 

마이크는 고등학교 시절에 크로스컨트리 챔피언을 했을 정도로 탁월한 운동감각을 타고난 사람이었다. 그래서 였을까? 그는 건강에도 자신 있어했다. 하지만 그는 달리는 것 외에는 운동을 그리 많이 하지 않았다. 세월이 흐르면서 체중이 꽤 많이 늘고, 달리기에도 점점 흥미를 잃어 결국은 그마저도 그만두고 말았다. 

 

존이 마이크에게 진심으로 그의 건강이 염려된다고 말했던 때가 있었다. "난 네가 병상에 눕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아." 존은 마이크처럼 식사하는 사람들에게 암 같은 만성 질환이 자주 발생한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하지만 마이크는 건강식품을 파는 가게에서 만난 사람들은 한결같이 깡마르고 허약해 보인다며 병들어 봤자 그 정도일 거라 넘기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존은 오랜만에 만난 마이크에게서 좋지 않은 소식을 들었다. 마이크는 매우 심각한 결장암 4기 진단을 받았고, 암세포가 이미 온몸에 상당히 번져 5년 이상 생존율이 5퍼센트에 불과한 상태였다. 그 소식을 들은 존은 속으로 본인 얘기를 대수롭지 않게 듣고 흘렸던 마이크에게 분노했다. 

 

다른 사람의 음식 선택을 판단하지 않겠다는 존의 신념이 흔들리던 시기였다. 마이크는 치료의 희망을 오직 의약품에만 걸고 있었다. 식단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하지 않았다. 

 

마이크는 마지막 순간에 존에게 이렇게 말했다. "나는 네가 내 여행에 동참하지 않은 게 얼마나 고마운지 몰라. 나는 채소를 싫어해. 네 여행길에는 채소만 있을 뿐이잖아." 존은 자신이 더 적극적으로 마이크에게 채식을 권유하지 않은 것을 후회하고 있었다. 이에 마이크는 "네가 아무리 권했어도 나는 네 말을 듣지 않았을 거야. 네 사랑이 느껴져"라며 존을 위로했다. 

 

 

채식을 시작하고 가족들에게 채식을 권유했던 적이 있었다. 채식을 왜 해야 하는지, 동물성 식품이 왜 좋지 않은지 등에 대해 얘기하곤 했는데 그럴 때마다 가족들은 마이크가 되어 있었다. 그 이후로 나는 채식을 얘기하지 않았다. 그저 가족들이 모이는 자리에 내 음식을 따로 챙겨가 먹었다. 내가 아무리 얘기해도 그들이 깨닫지 않으면 소용이 없는 일이니까. 구멍 난 귀에 대고 어떤 말을 한들 다 새어나가기 마련이니까.

 

최근 아빠가 병원을 가는 일이 잦아졌다. 잇몸이 다 약해져서 치과 치료를 꾸준히 해야 하고 배는 점점 더 나오고 있으며 관절은 더 약해지고 있었다. 그럼에도 아빠는 나에게 언제 동물성 식단으로 다시 돌아올 것이냐는 장난을 쳤다. 분노하지 않을 수 없는 순간이었다.

 

우리는 왜 병원에 의존하려 할까? 식습관과 생활습관으로 질병을 얼마든지 예방할 수 있다. 그런데 사람들 마음에는 "아프면 병원에 가면 되지"라는 생각이 당연하게 자리하고 있다. 병원이, 의사의 말이 언제부터 그렇게 절대적인 존재가 되었을까. 의사가 처방하는 약이 어떤 성분의 약인지, 부작용은 없는지, 이 약이 내 몸을 어떻게 치료하고 어떻게 훼손할지 모두 알고는 있을까? 결국 내가 먹는 약이 나에게 독이 될지 아닐지를 의사의 손에 맡기는 셈이다. 나는 이 사실이 정말 답답했다.

 

많은 연구 결과를 따져 봐도, 식물성 식단이 동물성 식단에 비해 암 발생률을 현저히 낮추고 골다공증 예방, 비타민 섭취 등에 더 이롭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가공육은 제1군 발암물질로 분류되어 있고 붉은 고기는 제2군 발암물질로 담배와 같이 분류되어 있다. 유제품은 유방암과 전립선암에 영향을 준다. 그럼에도 온전한 비건은 할 수 없다면 최소한 지금 식단에 푸른 채소를 한 주먹씩 추가하는 걸로도 조금이나마 나아질 것이다. 채소를 먹지 않는 아이들만큼이나 채소를 먹지 않는 어른들도 걱정이다.

 

신기한 일도 특별한 일도 아니다. 내 건강을 위해 하는 일이다. 동물권과 환경을 떠나서 내 건강을 지키는 일이다. 스스로를 정말 사랑한다면 본인이 몸에 어떤 영양분을 주고 있는지, 내 몸을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를 잘 살펴봐야 한다. 내가 먹는 것, 입는 것, 바르는 것 모두가 자기 사랑과 연결된다. 

 

사실 많이 두렵다. 나도 존처럼 마이크를 떠나보내게 될까 봐. 점점 쇠약해지는 그들을 보면서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 그래서 가끔 가족들과 만나면 식사 시간이 힘들다. 맛있다며 욱여넣는 삼겹살이, 회가, 달걀말이를 외면해야 하니까. 

 

그래서 나는 더 열심히 비건식과 자연식을 하기로 했다. 운동도 더 열심히 하기로 했다. 내 몸으로 증명하면 생각이 조금이라도 바뀌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다. 앞으로 최소 10년은 더 살 텐데 이왕 사는 거 다들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10년 간 병원에 기부할 돈이 아깝기도 하다. 나로 증명해 보여야지. 될 때까지 할 거니까 지치는 건 본인 사전에 없다는 초식 마녀님의 명언을 새기며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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