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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지트/여행기록

[여수] 2박 3일 호캉스 - 프롤로그 | 여수 유탑 마리나 호텔, 혼캉스

by 비아(pia) 2021. 6. 26.

우울증이 또 왔다. 우울이 오는 텀이 길어진 건 반가운 일이나 한번 동굴로 들어갈 때 너무 깊은 어둠 속으로 가 감당하기가 버겁다. 정말 이렇게는 안 되겠다 싶어 어디든 가기로 결정하고 숙소를 잡았다. 이번 여행 테마는 쉼. 호캉스와 템플 스테이를 고민하다가 혼자 온전히 쉬어보고자 호텔을 예약했다.

 

호캉스도 혼자 여행을 하는 것도 처음이다. 나는 바다를 보며 이완하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가까운 여수로 행선지를 정했다. 숙소에서 바다만 바라보고 있어도 너무 좋을 것 같은 느낌. 펜션과 호텔을 고민하다가 아무래도 혼자 하는 여행이니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여 호텔로 결정하였고, 숙소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 테니 부대시설이 다양한 호텔을 찾아보았다. 그렇게 결정한 '유탑 마리나 호텔 & 리조트'.

 

 

숙소 예약

처음엔 '여기 어때'에서 숙소를 찾았다. 여러 가지 이벤트들을 결합한 상품이 다양하게 있었다. 그중 가장 많은 이벤트가 객실 업그레이드였는데, 디럭스 방을 패밀리 방으로 업그레이드하여 베드가 2개인 방을 지정해 주는 것이었다.

나는 방에 여유가 있길 바랐다. 후기를 많이 찾아봤는데, 방 크기는 비슷한 것 같고 침대가 하나 더 있는 식이었다. 오히려 답답할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고 혹시나 해서 '야놀자'를 뒤적였다. 그런데 감사하게도, 두 사이트가 다른 이벤트 항목으로 되어 있었다. 야놀자는 방 업그레이드 대신 기존 룸에 체험 조건을 덧붙인 식이었다. 덕분에 나는 오션 디럭스 더블룸을 저렴하게 예약할 수 있었다. 

여수 유탑 마리나 호텔

24시간+웰컴 드링크 제공, 조식 제공 등이 있었는데 나는 어차피 술 한 잔은 할 것 같고 웰컴 드링크도 2인 기준이라 나 혼자서 4잔을 받게 생겼기에 와인을 주는 이벤트를 골랐다. 조식도 혼자 4인어치를 포함하기 것이라 아까웠다. 더군다나 비건인지라 먹을 게 있을까 싶은 이유도 컸다. 2박 중 한 번은 먹겠지만.

 


숙소를 예약하고 나니 떨렸다. 혼자서 외출도 잘 하지 않고 심지어 카페를 가본 적도 없다. 혼자 밖에 무엇을 하는 것이 어색해 가능한 한 모든 것을 익숙한 공간(집, 방)에서 해결하는 스타일이었다. 그런 내가 혼자 여행을 결심하고 호텔까지 예약하다니! 그것도 4성급 호텔을! 혼자! 스스로도 의아하고 신기했다.

 

월요일 입실로, 토요일에 여유있게 예약했기 때문에 천천히 인터넷 서치를 해가며 짐을 챙겼다. 사실 너무 긴장됐다. 혼자서 적어도 창피한 일은 없길 바라는데, 그래서 정말 하나부터 열 가지 다 서치를 했다. 체크인 때 열체크부터 조식은 어떻게 하고 뭐 이런 것들까지 : ) 나의 무의식이 모두 드러나는 순간들.

 

가장 걱정이 되는 것은 식사였다. 여수에는 비건 식당도 없고 비건 옵션이 가능한 식당도 적다. 그래도 호텔 1층에 편의점이 있으니까, 요즘 비건 식품이 잘 나오니까 생각하기로 했다. 일단 가보는 걸로.

 

 

제로 웨이스트 비건의 짐 챙기기

최대한 쓰레기를 만들지 않으려고 한다. 호텔에서 일회용 치약과 칫솔을 준다고 하지만 대나무 칫솔과 고체 치약을 따로 담았다. 텀블러와 와입스를 챙기고 혹시 포장을 하게 될까 포장 용기도 챙기려 했다. 하지만 짐이 너무 늘어나버리는 바람에 포장 용기는 패스. 그래서 에코백도 패스. (그래도 에코백은 챙겨야 했다) 여벌 옷과 삼각대를 챙기고 책과 다이어리를 챙겼다. 태블릿은 일부러 챙기지 않았다. 호캉스에서도 핸드폰만 보고 있는 행위는 하고 싶지 않아서. 그렇게 되면 집이랑 다를 바가 없기 때문에 : )


준비는 다 되었고 떠나기만 하면 된다.

떠나오는 과정도 나름 우여곡절이 있었다. (지금 이 글을 쓰는 때는 첫날 저녁이고, 나는 배가 고프다. 이하 생략)

뚜벅이 비건의 소소한 여행이 이렇게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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