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읽고 쓰는 재미/책방

[책 리뷰] 떠난 후에 남겨진 것들

by 비아(pia) 2021. 8. 13.

버스 시간이 남아 구경삼아 들어간 서점에서 만난 책. 첫 페이지를 훑어 읽고 그 자리에서 바로 구입을 했다. 유품을 정리하면서 겪은 일들이 짧은 에피소드로 모여 있었는데 짠하고 찡한 느낌을 받았다. 읽는 내내 눈시울을 붉히게 만들었다.

 

 

책을 만나기 불과 몇 주 전에 죽겠다 마음먹었던 내가 부끄러웠다. 죽음을 너무 쉽게 생각한 건 아닌가 했다. 누군가는 살고자 열심히 노력했지만 죽었고 누군가는 정말 모든 것을 짊어지고 버티고 버티다가 끝내 죽었다. 힘들지 않았던 것은 아니었지만 어딘가 모르게 미안했고 또 미안했다.

 


떠난 후를 예상하셨던 할머니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였다. 폐지를 수집하시던 할머니의 이야기였는데, 떠날 것을 아셨는지 친구분들께 유품을 지정해 주셨다. 세탁기는 친구, 냉장고는 폐지 할아버지, 소형 가전이랑 겨울옷은 옆집 할머니 이렇게 말이다.

 

지난날의 후회보다 매일같이 폐지를 줍고 성경을 필사를 하셨다. 그렇게 오늘을 열심히 살면서 미련 없는 내일을 준비하셨다. 

 

다들 행복하기 위해서 일을 한다. 노후엔 이렇게 살고 은퇴 후에는 이렇게 살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오늘의 행복을 미루면서 다들 악착같이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그런데 사실 죽음은 늘 우리 곁에 있다. 나이가 들면 죽겠지가 아니라 언제든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다는 걸 염두에 두고 있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오늘 행복해야 하고 지금 이 순간 행복을 선택해야 한다.

 

여기서 행복이란 게, 내가 좋아하는 것만 하면 된다는 말은 아니다.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해야 할 일은 열심히 하면서, 나 하나는 내가 온전히 책임을 질 수 있게 행동해야 한다. 필요한 것만 가질 줄 알고 매일 조금씩 비워내면서 하루하루가 지날 때마다 죽음과 가까워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과 관련한 내용은 법정스님의 책에 자세히 나와있다. 두 책을 같이 읽고 나면, 죽음이 주는 단어가 무섭고 슬퍼 거부하던 쪽에서 점점 받아들이는 쪽으로 생각이 바뀔 것이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 죽음 쪽에서 보면 한 걸음 한 걸음 죽어 오고 있다는 것임을 상기할 때, 사는 일은 곧 죽는 일이며, 생과 사는 결코 절연된 것이 아니다. 죽음이 언제 어디서 내 이름을 부를지라도 '네.'하고 선뜻 털고 일어설 준비만은 되어 있어야 할 것이다. 

/ 법정, 스스로 사랑하라

 

 


고정관념이 만든 암흑

네일아트를 공부하던 남성의 이야기다. 옷이나 신발은 분명 남성의 것인데 인조 손톱과 네일 아트에 관련된 책들이 있어 의아했다고 한다. 그러다 문득, 자신이 고정관념이 얼마나 지독한 것인지 깨달았다고 한다. 

 

요즘은 남성도 네일아트를 하고 크롭티를 입고 하이힐을 신는다. 6~7년 전에 있었던 일이라는데 아무렴 20년이 되기 전까지만 해도 시선이 곱지 않았다. 결국 정해진 것은 없는데. 네일이 여성의 것이라 정해진 것도, 네일 하는 남성은 수치스럽다는 것도, 어느 하나 정해진 것이 아닌데 마음이 아팠다. 우리는 얼마나 많은 고정관념으로 상대를 경계하고 구분 짓고 평가하고 판단하고 있는 걸까? 그런 고정관념과 편견 때문에 상처 받는 누군가는 끝내 삶을 놓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다시금 마음에 새겼다. 

 


다양한 에피소들이 있다. 주인이 떠난 후 남겨진 반려견들의 이야기, 이사 오면서 집주인 할아버지에게 죽음을 허락받던 할머니, 범죄자가 된 아들, 다시 살 용기를 가지고 청소를 의뢰한 20대 여성, 짐이 될까 아픈 것을 숨기며 고독사 한 어르신들 등 내가 몰랐던 곳에서 일어난 아픔과 그 아래 깔린 외로움들을 마주할 수 있었다. 무브 투 헤븐의 바탕이 되었다고 하는데 드라마도 정주행 해야지. 

 

무심코 지나쳐온 다양한 죽음 속에는 언젠가 내가 맞닥뜨릴지도 모를 하루가, 나의 사랑하는 가족이 겪을지도 모를 오늘이, 지금 내 옆에 살고 있는 우리 이웃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늘 기억해야 한다.

/ 김새별 · 전애원, 떠난 후에 남겨진 것들



 

떠난 후에 남겨진 것들:유품정리사가 떠난 이들의 뒷모습에서 배운 삶의 의미

COUPANG

www.coupang.com

쿠팡 파트너스 활동으로 포스팅을 통해 일정액의 수수료를 제공받을 수 있습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