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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지트/일기장

[비아 에세이] 나는 별나게 살기로 했다.

by 비아(pia) 2021. 8. 29.

어릴 때부터 별난 아이였던 것 같다. 울기 전에 어떤 훌쩍임도 없이 악 소리를 내며 울었고 고집도 세고 하여튼 뭐만 하면 울었다고. 지금은 그 이유를 안다. 내면 작업으로 여러 힘든 과정을 거쳐 알게 되었다.

지금도 나는 별난 아이다. 가족 중 유일하게 혼자 채식을 하고 요가를 하고 명상을 한다. 회사를 다니지 않고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있다. 쓰레기를 조금이라도 줄이고자 집에 화장지를 사두지 않는다. 화장실은 비데와 와입스로 해결한다. 빨래 세제도 사지 않고 소프넛 열매만으로 세탁을 한다. 이 모든 게 나를 별난 사람으로 만들었다.

작은 커피 봉투까지 헹구는 나를 보고 엄마는 꼭 이렇게까지 해야 하느냐고 물었다. 고기 없이 찜닭을 만든 나에게 아빠는 언제 다시 (고기가 있는 식탁으로) 돌아올 거냐고 물었다. 볼 때마다 살이 조금씩 빠져있는 나를 보고 아빠는 왜 자꾸 말라가냐고 했다. 마른 게 아니라 정상 체중이고 지금은 근육을 늘리고 체지방을 빼는 과정에 있다. 한껏 부푼 엄마, 아빠의 배가 잘못된 게 아니냐 반문했더니 내가 비정상이라고 했다.

 

 

 

 

나의 모든 게 별나고 이상하고 독특해졌다. 건강하기 위해서, 자연을 위해서 선택한 내 행동과 신념이 나를 이상한 사람으로 만들었다. 삶이 끝나 내 몸이 땅에 묻혔을 때, 자연에게 아무런 해 없이 돌아가기 위해서 나는 내 몸을 최대한 자연과 가깝게 만들고 싶을 뿐인데. 사는 동안 건강하고 싶을 뿐인데. 그리고 해야 하는 일을 하는 것뿐인데. 

 

처음엔 내 선택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주지 않는 것에 화가 났다. 중고등학생 시절 진로를 결정할 때에도 예체능은 아무나 하느냐며 다 필요 없고 공부나 하라는 말을 들었고, 내 사업체를 꾸리겠다 했을 때도 그게 돈이 되느냐는 핀잔을 들었다. 채식을 하겠다 했을 때도 도대체 왜 그러느냐는 말을 들었고, 술을 끊겠다 했을 때도 이제 너 만나는 게 재미가 없어서 어떡하냐는 말을 들었다.

 

인터넷에서 비건을 조롱하는 악플들과 비슷한 결의 말들을 집에서 듣다니. 분노하며 마음 작업을 하던 중에 거슬러 올라가 보니 나는 어릴 때부터 별난 애였구나, 한 번도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인정받은 적이 없구나, 내 선택을 존중받았던 일이 없었던 것을 깨달았다. 내가 음악을 하고 싶다고 했을 때, 비웃음 섞인 말투로 그런 건 아무나 하느냐가 아니라 차라리 다른 말로 회유를 했다면 어땠을까? 내가 디자인 관련한 사업체를 꾸리겠다 했을 때, 그럼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 같이 고민해보자라고 얘기해줬다면 어땠을까? 채식을 시작했다 했을 때, 내가 왜 채식을 하는지, 채식에 대한 인식은 어떤지, 채식은 영양분을 어디서 챙겨야 하는지 관심을 가져줬다면 어땠을까? 다음 검색창에 '비건' 두 글자만 쳐도 많은 정보가 나온다. 관심이 없었던 것이다. 내가 선택하는 것들에.

 

혼자 분노하고 슬퍼한 지 일주일이 흘렀다. 이왕 이렇게 된 거 나는 별나게 살기로 선택했다. 나 스스로 '그래 나는 별난 애니까'라고 생각하니 있는 그대로의 나로 사는 게 쉬워질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어떤 말을 듣든 간에 "네! 저는 별난 애라서요!"라고 받아치면 되니까. 사람들이 만든 '별나고 이상한 애'의 프레임에서 벗어나려고 힘들었는데, 그냥 내가 저 프레임에 들어가기로 선택하니 마음이 편해졌다. 내가 어떤 행동을 하든 그들은 색안경을 벗지 않을 테니까, 마음대로 생각해라 하고 내버려 두기로 했다. 나는 별나도 괜찮고 별나지 않아도 괜찮다. 예민해도 괜찮고 예민하지 않다고 괜찮다. 그냥 나는 나로 살아가면 된다. 

 

이제 나는 자연식을 준비하려고 한다. 비건으로 살면서 건강이 많이 좋아지긴 했지만 정크푸드와 자극적인 음식을 많이 먹어 몸 상태가 썩 좋은 편은 아니다. 또 앞서 말했듯 자연으로 돌아갔을 때 해가 되지 않기 위해서 나는 자연식으로 입문하려고 마음먹었다. 그리고 건강해야 더 많고 더 크게 목소리를 낼 수 있으니까! 도움이 될 수 있게 기록을 잘해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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