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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지트/일기장

나의 우울증 근황

by 비아(pia) 2022. 8. 3.

어떤 날은 너무 행복하고 기분이 좋다. 뭔가를 하지 않아도 혹은 평상시와 똑같은 일상이어도, 신이 나고 행복하다. 눈 뜨자마자 창문에 비치는 하늘이 좋고 하얀 이불의 까슬까슬함이 좋고 밥 먹고 마시는 아이스 커피에 행복하다.

 

어떤 날은 한없이 우울해서 눈물이 난다. 뭔가를 할 때마다, 평상시와 똑같은 일상임에도, 우울하고 눈물이 난다. 눈 뜨자마자 보이는 하늘이 너무 맑아서, 까슬까슬한 이불이 답답해서, 밤이 무서워서, 오늘을 버티려면 뭔가를 먹어야 한다는 게 버거워서.

 

정말 심한 날에는 싱크대 근처에 가지 않는다. 특히 밤에. 내가 무엇을 꺼낼지 몰라서. 어두운 것은 무섭지만 밝은 형광등은 싫어서, 켤 수 있는 간접조명은 모조리 켠다. 잠은 오지 않고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밤새 울 걸 알기 때문에 책을 읽는다. 읽어도 우는 것은 매한가지지만 그래도 노트에 책 문구를 옮겨 쓰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나아진다. 그냥 일상을, 하루를 울면서 보낼 뿐이다.

 

남들은 쉽게 행동하는 것이 나는 오래 걸린다. 예를 들면 산책을 하는 것조차도. 그래서 어떤 생각이 들기 전에 행동을 하려고 노력하는 편인데, 사실 그 마저도 쉽지 않다. 몸이 굳어버리기 때문이다. 이게 무기력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막상 겪고 실행하면 너무 행복해 하는 편인데, 그게 참 어려운 일상이다.

 

그래도 요즘은 (비록 이력서 넣기까지 하루 꼬박 걸리지만) 면접도 보고 새벽 런닝도 한다. 비록 비가 와서 런닝을 꾸준히는 못했지만, 홈트라도 하면서 땀을 내고 있다. 꾸준히가 제일 어려운 우울증 환자(?)라는 것을 인정하고 못 하는 날에 동굴로 들어가는 일은 최대한 자제하려고 한다. 그런 날도 있는 거지!라고 생각하는 연습을 하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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